Koh Chang-Seong1, Koh Eun-Hee2,*, Kim Min-Chul1
1Jeju Groundwater Research Center, Jeju Research Institute, Jeju City 63147, Republic of Korea
2Jeju National University, Dept. Earth and Marine Science, Jeju City 63243, Republic of Korea
고창성1·고은희2,*·김민철1
1제주연구원 제주지하수연구센터
2제주대학교 지구해양과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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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gol in Jeju Island plays a significant role in groundwater recharge due to its permeable hydrogeological characteristics. However, a quantitative assessment of the interrelationship between rainfall characteristics and rainwater inflows into Sumgols has not yet been conducted. Therefore, this study examined the characteristics of rainwater inflow into three Sumgols located in the eastern and western regions of Jeju Island and assessed hydrogeologic factors influencing these inflows. During two rainfall events, the studied locations in Sumgol exhibited different characteristics of rainwater inflows, despite experiencing similar rainfall events. Additionally, the delay time for rainwater to reach the Sumgol locations after the rainfall was influenced more by rainfall intensity than by cumulative amount of rainfall. In Sumgols located in non-volcanic ash soil with low hydraulic conductivity, such as those in agricultural areas, rainwater inflows were observed even with small rainfall and low rainfall intensity. This study suggests that rainfall intensity, soil characteristics, permeability of lava flows, and land use are key factors influencing rainwater inflow into Sumgols, revealing that soil characteristics and the permeability of lava flows have a greater impact on surface runoff than land use.
Keywords: Jeju Island, Sumgol, surface runoff, hydrogeological factors
제주에는 “물이 땅속으로 스며드는 구멍이나 입구”를 뜻하는 ‘숨골(숨굴, 숭굴)’이라는 제주어가 있다. 숨골은 1990년대 말 수행된 지하수 보전·관리를 위한 연구(Jeju Provincial Government and Korea Research Institute for Human Settlements, 1997)로부터 지하수 함양과 오염물질 유입 기능을 하는 투수성 지질구조 중 하나로 인지되기 시작했다. 이후 2003년에는「제주특별자치도 보전지역 관리에 관한 조례」에 숨골을 “용암동굴이 붕괴되거나 지표면 화산암류에 발달된 수직절리계 및 균열군 등에 의하여 생성된 지형”으로 정의하고, 지하수자원보전지구 1등급으로 285개소를 지정하여 제도적으로 관리해 오고 있다(Jeju Groundwater Research Center, 2023).
이전에 수행된 숨골에 대한 조사·연구는 크게 숨골의 위치와 개소 수 파악(Jeju Provincial Government and Korea Agricultural and Rural Infrastructure Corporation, 2000; Jeju Provincial Government and Korea Research Institute for Human Settlements, 1997; Ministry of Land and Infrastructure and Transport, 2022)에 중점을 둔 연구와 숨골의 정의, 분포 현황, 유형 분류(Kim et al., 2019; Ministry of Land and Infrastructure and Transport, 2022)를 제시한 연구로 나눌 수 있다. 이들 선행연구 중 Jeju Provincial Government and Korea Research Institute for Human Settlements (1997)과 Jeju Provincial Government and Korea Agricultural and Rural Infrastructure Corporation (2000)은 제주도 전역의 숨골 현황조사를 최초로 실시하고, 360여 개의 숨골 위치에 관한 정보를 제공했으며, Ministry of Land and Infrastructure and Transport (2022)는 제주 제2공항 건설 예정지에 160여 개의 숨골이 분포하고 있음을 보고했다. Kim et al. (2019)는 숨골의 유형을 지질 특징을 고려한 유형(용암동굴 함몰형, 절리형)과 지형 및 식생을 고려한 유형(함몰형, 돌출형, 개방형)으로 제시하였다. 최근 Jeju Groundwater Research Center (2023)에서는 지질학적 특성을 고려해 숨골의 유형을 함몰지형, 오목지형, 암괴지대형, 절리-균열형, 접촉형의 5개 대유형으로 분류하고, 이에 포함되는 투수성 지질구조 15가지를 제시하였다.
이처럼 선행연구로부터 개략적인 숨골의 위치와 현황, 유형 등이 보고된 데 반해, 숨골을 통해 빗물의 유입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있는지와 이에 영향을 미치는 수리지질학적 인자들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숨골을 통한 빗물 유입 현상을 규명하는 것은, 숨골의 배수 기능을 과학적으로 입증함으로써 보전·관리 명분을 마련하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이 논문에서는 제주도 동부(구좌읍)와 서부(한림읍, 한경면)에 위치한 3개소의 숨골을 대상으로 빗물 유입 현상을 조사하여, 이를 기초로 빗물 유입량을 산정하고 유입에 영향을 미치는 수리지질학적 인자를 해석하고자 하였다.
연구대상 숨골은 구성지질, 토양특성, 토지이용, 지형을 고려하여 제주도 동부 구좌읍 송당리와 서부 한림음 금악리 및 조수리 지역의 3개소를 선정하였다(Fig. 1 & Fig. 2). 이들 숨골의 위치, 규모, 토지이용, 토양유형, 강우관측소 등의 기본 정보는 Table 1에 제시하였다.
강우사상 시 숨골이 위치한 지역의 지표유출 특성을 해석하고 빗물 유입량을 산정하기 위한 기초정보를 취득하기 위해, 2023년 5월과 8월(송당리는 9월까지 연장됨) 사이에 2차례 현장조사를 수행하였다. 현장에서는 지역의 토지이용 현황, 구성지질, 지형 특성에 대해 조사함과 더불어 지표유출 및 빗물이 숨골로 유입된 시점을 시간 단위로 파악하였다.
조사 기간의 시간별 강우량, 누적 강우량, 강우강도, 그리고 지표유출 발생 시점 이전까지의 강우량인 유출발생 유효누적 강우량(Effective cumulative rainfall for runoff)은 지점에서 가장 가까운 제주기상청의 방재기상관측(Automatic Weather Station, AWS) 및 종관기상관측(Automated Synoptic Observing System, ASOS) 자료를 이용해 분석하였다.
숨골 유역 범위는 드론 항공 레이저 측량을 통해 취득된 1:500 축적의 수치지형 자료를 GIS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분석하였다. 숨골로 유입된 빗물량의 산정은 Jeju Special Self-Governing Province (2022)에 제시된 숨골이 위치한 유역의 직접 유출률 2가지를 적용해 추정했다. 즉, 수문학적 물수지 분석법에 의해 계산된 직접 유출률(조수리 숨골 20%, 금악리 숨골 20%)과 SWAT-K 모델에 기반한 직접 유출률(조수리 숨골 13%, 금악리 숨골 20%)을 적용해 각각 산정하여 비교·고찰하였다.
Fig. 1 The location of studied Sumgols, rainfall stations, and soil type map (Jeju Special Self-Governing Province, 2020) on Jeju Island. |
Fig. 2 The aerial photographs of the studied Sumgols (a: Josu-ri Sumgol, b: Geumak-ri Sumgol, c: Songdang-ri Sumgol) |
3.1. 조사 대상 숨골의 규모와 특징
가. 조수리 숨골
이 숨골은 한경면 조수리 해발 70 m 지점 농경지에 위치하며, 장경 6 m, 단경 5 m, 깊이 약 6 m의 화산동굴(굽은오름 뒷굴) 함몰지형 숨골(Table 1, Fig. 2a)이다. 숨골이 위치한 농경지는 굽은오름(해발 90.5 m), 모란동산 등 낮은 언덕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1:5만 축적의 모슬포ㆍ한림도폭(Park et al., 2000)에는 당산봉응회암으로 기재되어 있다. 농경지는 2~3 m 두께의 암갈색비화산회토로 이루어져 있고, 농경지 빗물을 숨골로 배수하기 위한 배수로가 밭 중앙부를 따라 길이 75 m, 폭 2~3 m, 깊이 1~1.5 m 규모로 시설되어 있다.
나. 금악리 숨골
숨골은 한림읍 금악리 목장지대를 지나는 도로변에 위치하며(해발 357 m), 장경 126 m, 단경 72 m, 깊이 약 4 m의 타원형을 이루는 함몰지형 숨골(Tabl e 1, Fig. 2b)이다. 1:5만 모슬포ㆍ한림도폭(Park et al., 2000)에 이 숨골은 광해악현무암 분포지에 위치하고, 함몰지로 표시되어 있다. 숨골의 내부에는 물이 유입될 수 있는 구멍이 여러 군데 있고, 함몰지 사면은 중앙부를 향해 비스듬히 경사져 있으나, 입구 우측은 크고 작은 암괴들로 평탄화되어 있다. 또 내부에도 크고 작은 암괴들이 불규칙하게 쌓여 있는 것으로 보아 매립 작업이 진행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형은 전반적으로 평화로(북측)에서 숨골이 있는 남측으로 경사져 있어 빗물이 숨골 지점으로 집수되는 지세를 이루고 있다.
다. 송당리 숨골
해당 숨골은 구좌읍 송당리 해발 191 m 지점의 파호이호이 용암지대에 위치하는 함몰지형 숨골(Table 1, Fig. 2c)이다. 숨골의 형태는 타원형에 가까운 모양을 하며, 규모는 장경 75 m, 단경 47 m, 깊이 3~4 m이고, 1~1.5 m 높이의 단차를 보인다. 1:5만 성산도폭(Ministry of Construction et al., 1993)에서 뛰꾸부니오름 알칼리현무암과 체오름 하와이아이트 경계부에 위치하고, 체오름 하와이아이트 하위에 놓인다. 숨골 내부 바닥은 토사가 쌓여 편평한 상태를 이루며, 서북쪽 수직 절벽을 이루는 곳은 2~3 m 두께의 비반상현무암이 노출되어 있고, 그 외의 가장자리는 암괴들이 돌서렁을 이룬다. 서북쪽 노두 하단에 용암이 팽창할 때 만들어지는 용암쐐기(lava wedge)가 돌출된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용암팽창 함몰지(lava-rise pit; Walker, 1991)로 해석된다.
3.2. 빗물 숨골 유입 특성
가. 1차 조사(2023. 05. 03.~05.)
① 조수리 숨골
2023년 5월 3일~5일까지 발생한 강우사상 때 1차 조사를 수행하였다(Fig. 3a). 고산 ASOS 관측자료에는 5월 3일 12시~5일 19시까지 총 185.0 mm의 누적 강우량이 기록되었으며(Table 2), 지표유출 및 빗물이 숨골로 유입되기 시작한 시점은 강우 발생 4시간 뒤인 5월 3일 15시에 관찰되었다(Fig. 4a). 이때의 유출발생 유효누적강우량은 11.2 mm, 강우강도는 최대 5.3 mm/h, 평균 2.8 mm/h로 파악된다.
② 금악리 숨골
이 숨골 또한 2023년 5월 3일~5일까지 발생한 강우사상 때 1차 조사가 수행되었다(Fig. 3b). 강우자료는 새별오름 AWS 관측자료를 이용하였으며(Table 2), 5월 3일 13시~5일 21시까지 총 304.0 mm의 누적 강우가 기록되었다. 지표유출과 함께 빗물의 숨골 유입은 강우 발생 후 21시간이 지난 5월 4일 오전 9시에 발생하였다(Fig. 5a). 이때, 유출발생 유효누적 강우량은 107.0 mm이고, 강우강도는 최대 15.0 mm/h, 평균 5.1 mm/h로 분석되었다.
③ 송당리 숨골
송당리 숨골도 앞서 설명된 숨골들과 마찬가지로 5월 3일~5일까지 발생한 강우사상 때 1차 조사가 이루어졌으며, 강우자료는 송당 AWS 관측자료를 이용하였다(Table 2). 5월 3일 13시~5일 23시까지 총 누적 강우량은 276.0 mm이며, 강우강도는 최대 18.5 mm/h, 평균 4.7 mm/h로 분석된다(Fig. 6a). 송당리 숨골 지역은 조수리 및 금악리 숨골 지역보다 누적 강우량이 많고 강우강도도 강한 강우사상이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지표유출 현상은 관찰되지 않았다(Fig. 3c).
나. 2차 조사(2023. 08. 23~09. 02.)
① 조수리 숨골
2023년 8월 23일~24일까지 강우가 발생했을 때, 2차 조사를 수행했다. 8월 23일 06시~24일 12시까지로 총 누적 강우량은 61.6 mm를 기록했으나(Table 2), 23일 오전 7시에 강우가 집중되어 강우 발생 2시간 후부터 숨골로 빗물이 유입되기 시작했다(Fig. 4b). 이때 유출발생 유효누적강우량은 36.3 mm, 최대 강우강도는 33.4 mm/h로 파악된다.
② 금악리 숨골
이 숨골에 대한 2차 조사도 조수리 숨골과 동일한 기간에 수행되었다. 8월 23일 07시~24일 12시까지 총 누적 강우량은 203.0 mm이었으나(Table 2), 23일 오전 7시~9시 사이에 강우가 집중되어 빗물 숨골 유입은 강우 발생 3시간 만에 발생했다. 유출발생 유효누적강우량은 92.0 mm, 강우강도는 최대 40.5 mm/h, 평균 30.7 mm/h를 나타냈다(Fig. 5b).
③ 송당리 숨골
송당리 숨골 지역에는 9월 1일 09시~2일 02시까지 총 누적 강우량 30.0 mm(Table 2), 강우강도는 최대 10.0 mm/h, 평균 1.6 mm/h를 기록(Fig. 6b)했으나, 1차 조사 때와 같이 빗물 숨골 유입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3.2. 빗물 숨골 유입량 분석
가. 숨골 유역경계 설정
드론 레이저 측량으로부터 취득된 1:500 축척의 정밀 지형도를 이용하여 빗물 유입이 발생한 조수리와 금악리 숨골의 유역경계를 설정했다(Fig. 7). 숨골 유역 면적은 조수리 숨골이 26,729 m2이고 금악리 숨골은 62,448 m2로 산정되어 금악리 숨골로 지표수가 유입할 수 있는 면적이 조수리 숨골보다 2.3배가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나. 빗물 숨골 유입량 추정
강우사상 시 숨골로 유입된 빗물 유입량은 연구대상 숨골 유역의 직접 유출률을 산정하는 데 필요한 제반 수문학적 자료가 부족한 관계로 최근 수행된(Jeju Special Self-Governing Province, 2022) 수문학적 물수지법과 SWAT-K 모델에 의해 산정된 직접 유출률을 적용해 추정했다(Table 3). 수문학적 물수지법에 의해 산정된 직접 유출률은 조수리와 금악리 숨골 모두 20%이다. 또 SWAT-K 모델에 의한 직접 유출률은 조수리 숨골 13%, 금악리 숨골 20%로서, 금악리 숨골 유역은 두 방법 간 차이가 없으나, 조수리의 경우는 7% 차이가 있다.
조수리 숨골의 경우, 수문학적 물수지법에 의한 직접 유출률을 적용한 유입량은 1차 조사 시 987 m3과 2차 조사 329 m3로 추정되었고, SWAT-K 직접 유출률을 적용한 유입량은 1차 조사 642 m3, 2차 조사 214 m3으로 추정되었다. 한편, 금악리 숨골은 수문학적 물수지법과 SWAT-K 모델에 의한 직접 유출률이 동일하여 1차 조사 시 3,788 m3과 2차 조사 2,533 m3로 산정되었다.
그러나, 현장에서 관측된 조수리와 금악리 숨골의 빗물 유입 지체시간이 5시간 이내로 매우 짧음을 고려할 때, 100 km2 이상의 넓은 유역을 대상으로 산정한 직접 유출률을 1 km2 미만의 협소한 숨골 유역에 적용하기는 곤란할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보다 정밀한 빗물 숨골 유입량 산정을 위해서는 숨골 유역별 직접 유출률을 산정하기 위한 추가적인 연구가 요구된다.
Fig. 3 Photographs showing surface runoff and rainwater inflow into Sumgol. (a) Josu-ri Sumgol, (b) Geumak-ri Sumgol, (c) Songdang-ri Sumgol (surface runoff was not occurred). |
Fig. 4 Temporal rainfall distribution and occurrence timing of surface runoff during rainfall events in Josu-ri Sumgol area. The (a) 1st and (b) 2nd rainfall events (ECRR: Effective Cumulative Rainfall for Runoff, ARI: Average Rainfall Intensity). |
Fig. 5 Temporal rainfall distribution and occurrence timing of surface runoff during rainfall events in Geumak-ri Sumgol area. The (a) 1st and (b) 2nd rainfall events (ECRR: Effective Cumulative Rainfall for Runoff, ARI: Average Rainfall Intensity). |
Fig. 6 Temporal rainfall distribution and occurrence timing of surface runoff during rainfall events in Songdang-ri Sumgol area. The (a) 1st and (b) 2nd rainfall events (CR: Cumulative Rainfall, ARI: Average Rainfall Intensity). |
Fig. 7 Watershed analysis results of Josu-ri and Geumak-ri Sumgols using Drone LiDAR survey (A: Area). |
Table 3 Analysis of rainwater inflow into the Josu-ri and Geumak-ri Sumgols |
* Jeju Special Self-Governing Province (2020) |
4.1. 빗물 숨골 유입 특성
제주도 동부와 서부에 위치한 3개 숨골을 대상으로 2회의 강우사상 때 빗물 숨골 유입 현상을 조사한 자료를 이용하여 강우 발생 후 빗물이 숨골로 유입하기까지 소요된 시간(지체시간)과 조사 시기별 숨골로 유입된 빗물 유입량 추정을 수행한 결과, 다음과 같은 시사점이 도출되었다.
첫째, 강우 특성(강우 지속시간, 누적 강우량, 평균 강우강도)이 유사하다고 할지라도 조사 대상 숨골 모두에서 빗물 유입은 발생하지 않았다. 둘째, 강우 발생 후 빗물이 숨골로 유입되기 시작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유출발생 유효누적강우량이 많고 적음보다는 강우강도에 좌우되었다. 셋째, 농경지에 위치한 숨골에서 초지와 잡목지의 숨골보다 적은 유출발생 유효누적강우량과 낮은 강우강도 조건에서도 빗물 유입이 발생하였다.
비록 연구 대상 숨골 수와 조사 횟수가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본 연구를 통해 숨골이 위치한 지역의 수리지질학적 특성에 따라 동일 강우 사상에서도 빗물이 유입 여부가 달라지는 것이 확인되었다.
4.2. 숨골 빗물 유입량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인자
강우사상에서 숨골을 통한 빗물의 배수는 지표유출(surface runoff)로부터 시작된다. 일반적으로 규모가 큰 유역의 지표유출은 기상학적 요인(강우강도, 누적 강우량, 강우 지속 기간, 유역 내 강우분포, 유출발생 유효누적 강우량 등)과 물리적 특성 요인(토지이용, 식생 피복도, 토양유형, 배수면적, 유역의 형상, 표고, 지형 경사, 구성지질, 하계망 등)이 상호 복합적 작용에 의해 발생한다(Hayes and Young, 2006; Schwab et al., 1971).
연구대상 숨골 유역은 면적이 대체로 1 km2 미만의 소유역이기 때문에 유역 내 수계망 발달이 불량하고, 유역의 형상도 매우 단순한 구조를 이룬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숨골의 빗물 유입 특성과 유역 면적 등을 고려하여 숨골 빗물 유입량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인자를 강우강도, 토양특성, 용암류의 풍화, 토지이용으로 제시하고, 이들 인자에 대하여 고찰하였다(Fig. 8).
가. 강우강도
강우강도가 침투율을 초과하는 경우 지표 유출이 발생하며, 강우강도와 유출률 간에는 양의 상관관계가 있다(Famer, 1973; Kim and Hwang, 2014; Lee et al., 2007; Lee et al., 2015; Park and Kang, 2019; Tarchitzky et al., 1984). 연구대상 3개 숨골 중 빗물 유입이 발생한 조수리 및 금악리 숨골에서 강우강도가 높을수록 지체시간이 짧았다. 조수리 숨골은 최대 강우강도가 33.4 mm/h에서 지체시간은 2시간이었고, 5.3 mm/h에서는 4시간을 나타냈다. 또 금악리 숨골에서도 최대 강우강도 22.5 mm/h에서 15시간, 15.0 mm/h에서는 21시간의 지체시간을 나타냈다. 즉, 강우강도가 높을수록 지표유출 발생까지 걸리는 시간(지체시간)이 짧아짐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송당리 숨골의 경우, 2023년 5월 3일~5일까지 누적 강우량은 276 mm에 달했지만, 3회의 10~20 mm/h의 강우가 발생한 것을 제외하면, 10.0 mm/h 이하의 강우강도를 나타냈다. 이는 송당리 숨골 지역은 누적 강우량보다 강우강도와 지속시간이 지표유출 발생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의미하나, 이는 후속 연구를 통해 밝혀져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나. 토양특성
제주도의 토양은 토양의 색에 따라 크게 암갈색비화산회토, 농암갈색화산회토, 흑색화산회토, 갈색산림화산회토의 4개 토양군으로 분류한다(Rural Development Administration, 2008). 암석의 풍화작용으로 형성된 암갈색비화산회토는 조수리 숨골 지역을 포함한 제주도 서부 및 북부 해안 일대에 분포하며, 실트(silt)와 점토 함량이 높다. 따라서, 암갈색 비화산회토의 평균 수리전도도는 0.46 cm/h로 4개 토양군 중 가장 낮다. 금악리 숨골 지역에 분포하는 농암갈색화산회토는 실트 함량이 가장 많은 토양으로서, 평균 수리전도도가 0.78 cm/h로 암갈색비화산회토보다 조금 높은 편이다. 또한 송당리 숨골에 분포하는 흑색화산회토는 모래와 실트 함량이 많아 평균 수리전도도가 1.03 cm/h로 4개 토양군 중 가장 높다(Oh and Koh, 2020; Park and Kang, 2019).
이 같은 숨골 지역의 토양특성 차이는 지표유출 특성과 잘 대비되어 나타났다. 암갈색비화산회토가 분포하는 조수리 숨골은 낮은 강우강도에서도 강우 발생 이후 매우 짧은 시간 내에 지표유출이 일어나 숨골로 빗물 유입이 시작되었다(Table 2). 그러나 흑색화산회토가 분포하는 송당리 숨골 지역은 조수리 지역보다 강우강도가 높고 누적 강우량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지표 유출은 발생하지 않았다.
다. 용암류의 풍화
현무암질 용암지대에 풍화작용이 활발하게 진행되면, 공극률이 감소하여 투수성이 현저히 낮아진다(Hunt, 1996). 또 점토나 콜로이드성 물질이 강우와 함께 지하로 스며들어 용암류에 발달한 절리 및 균열 등의 공극을 채우고, 2차적인 광물화작용도 투수성을 낮게 한다(Mink and Lau, 1980). 하와이주 오아후섬의 경우, 암맥이 없는 젊은 용암류의 수리전도도는 150~1,500 m/d로 큰 편이지만, 현무암의 화학적풍화에 의해 생성된 세프로라이트(saprolite)는 수리전도도가 0.3 m/d 이하의 낮은 값을 나타냈다(Hunt, 1996).
제주도 면적의 92%는 용암류로 덮여 있으며, 그중 약 97%는 다공질 현무암질 용암류로 이루어져 있다(Koh et al., 2017). 그러나, 지표를 덮고 있는 용암류의 형성 연대는 송당리를 포함한 동부지역이 대체로 1만 년~5만 년(Ahn and Choi, 2016; Koh et al., 2008)인 반면, 조수리 숨골이 위치한 서부 해안지역은 10만 년~20만 년(Koh et al., 2013)으로 동부지역보다 훨씬 오래전에 형성되었다.
오래된 용암류가 주로 분포하는 서부 해안지역은 풍화작용에 의해 형성된 점토 함량이 많은 암갈색비화산 회토가 분포하고, 젊은 용암류로 이루어진 송당리 일대의 동부 중산간 지역에는 흑색화산회토가 분포한다. 특히, 대정읍~한경면에 이르는 서부 해안지역 농경지는 2~3 m 두께의 암갈색비화산회토가 용암류를 덮고 있어 파호이호이 용암지대가 거의 노출되어 있지 않다. 반면, 송당리 일대 지역은 흑색화산회토의 두께가 0.5~1 m로 얇고, 토양이 없는 용암지대가 노출된 곳도 많다. 이 같은 용암류의 풍화에 의한 토양 발달 차이는 빗물의 지하 침투와 지표 유출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해석된다.
라. 토지이용
초지 및 산림지역이 비닐하우스 시설농업이나 멀칭 농업이 이루어지는 농경지로 바뀌게 되면 지하로 침투하는 강우량이 감소하여 지표유출량을 증가시킨다(Kim et al., 2009). 또한, 자연 상태의 토지가 농경지·도시 등으로 개발이 이루어지면 지표면의 투수율이 낮아져 지하수 함양량이 감소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Jeong et al., 2020).
연구대상 숨골의 토지이용은 조수리 숨골은 농경지, 금악리 숨골은 초지(목장), 송당리 숨골은 잡목지에 각각 위치해 있다. 특히, 조수리 숨골이 있는 농경지는 현장조사 당시 옥수수 멀칭재배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 같은 숨골 지역의 토지이용에 비추어 볼 때, 강우 발생시 지표유출 반응은 조수리 숨골이 가장 빠르고, 송당리 숨골이 가장 느리거나 반응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이 같은 추정은 앞에서 살펴본 토양특성 및 용암류 연대 인자와 연결되어 조수리 숨골 농경지가 낮은 강우강도에도 가장 빠르게 지표유출이 발생해 숨골로 빗물 유입이 일어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더욱이, 조수리 숨골 농경지는 멀칭 농업에 의해 있어 강우의 지하 침투가 차단되었고, 밭 가운데 시설된 배수로가 숨골로 연결되어 있어 적은 강우에도 빗물이 배수로를 따라 숨골로 유입할 수 있는 구조이다.
금악리 숨골의 경우, 유역 면적이 조수리보다 약 2.3배 넓고 초지가 조성되어 있으며, 유역 하류부에 숨골이 위치하고 있어 강우 발생 후 빗물이 숨골로 유입되기까지 15~21시간의 지체시간을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송당리 숨골은 현장조사 당시 잡목지 상태였고, 그 주변은 작물이 재배된 농경지이며, 숨골은 주변보다 조금 낮은 오목지형을 이룬다. 1차 조사 시 276 mm(평균 강우강도는 4.7 mm/h)의 누적 강우량이 기록됐지만, 지표유출은 발생하지 않았다. 송당리의 사례는 토지가 농경지로 이용되고 있다고 할지라도, 농경지 토양의 투수성과 용암류의 풍화 정도에 따라 지표 유출을 일으키는 임계 강우강도가 다름을 보여준다.
마. 지형 경사
지형 경사는 지표유출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인자 중의 하나로서, 경사도가 높을수록 지표유출의 발생이 빨라진다 (Cho et al., 2004; Kim et al., 2007). Sharpely and Williams (1990)의 지형 경사도를 고려한 CN값 보정 경험식을 적용해 제주도 16개 유역의 표고별 유출곡선지수를 산정한 결과(Ha, 2011), 경사도 보정 전보다 CN값이 구좌 및 성산유역은 각각 19.9, 대정유역 1.8, 한경유역 5.7, 한림유역 6.2가 증가했다. 이 연구는 유역 면적이 넓고, 유역 내 지형적 차이가 뚜렷한 경우 직접 유출에 지형 경사도의 영향을 고려해야 함을 보여준다.
연구대상 숨골 중 조수리와 금악리 숨골은 유역면적이 각각 26,729 m2와 62,448 m2로 매우 소규모이다. 또한 이들 숨골 유역 내 가장 높은 지점과 낮은 지점 간의 표고 차이는 조수리 숨골이 남측의 언덕 영향으로 23 m로 비교적 높은 편이고, 금악리 숨골은 3 m로 완만한 경사를 이룬다. 최고 표고점에서 숨골까지의 직선거리도 조수리 숨골이 201 m, 금악리 숨골 130 m로 두 숨골 모두 짧은 편이다. 이처럼 연구 대상 두 숨골유역은 미세한 지형적 차이는 존재하지만, 지표유출 발생과 빗물 숨골 유입 지체시간 등에 미치는 영향의 정도를 정량화하기에는 유역면적이 너무 작고, 지형적 차이도 크지 않다.
4.3. 연구의 한계와 의의
본 연구는 제주도에 산재해 있는 숨골을 통한 빗물 유입 현상을 밝히기 위해 동부와 서부에 위치한 3개의 숨골을 대상으로 2차례 실시한 현장조사 결과에 근거하여 강우 발생 시 빗물의 숨골 유입 특징과 유입량을 제시하였다. 또한, 빗물의 숨골 유입이 이루어지는 지표유출에 영향을 미치는 수리지질학적 인자에 관해 고찰하였다.
그러나, 본 연구는 대상 숨골의 수와 조사 방법에 한계가 존재한다. 강우 발생 시 다수의 숨골에 대한 현장조사를 동시에 진행하려면 많은 인력이 동원되어야 하지만, 인력의 한계로 조사 대상을 확대하지 못했다. 또, 숨골로 유입되는 지표수량과 지표유출 현상을 정확히 밝히기 위해서는 유입량, 토양수분, 지표 유출 흐름 등 여러 가지 항목에 대한 실시간 자동 모니터링이 요구된다. 향후, 숨골을 대상으로 동일한 목적의 연구를 수행하고자 할 때에는 숨골 유형, 숨골 유역의 규모, 숨골의 위치한 지역 등을 고려해 조사 대상을 확대하고, 실시간 자동 모니터링 방법에 의해 현장 자료를 취득하는 것이 요구된다.
이 같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의 결과는 제주도 최초로 숨골을 통한 빗물 유입 특성을 포괄적으로 밝힘으로써 그동안 정성적으로 논의 해오던 숨골의 배수 기능에 대해 정량적 연구를 시도했다는데 의의가 있다. 또한, 향후 숨골의 지하수 함양과 오염물질 유입에 의한 수질오염 관련 연구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Fig. 8 Schematic images of surface runoff occurrence in the Sumgol watersheds having different hydrogeologic conditions. (K: Hydraulic conductivity; Park and Kang, 2019) |
제주도 동부와 서부에 위치한 3개의 숨골을 대상으로 수행한 현장 조사 결과에 근거하여 강우 발생 시 빗물의 숨골 유입 특징과 이에 영향을 미치는 수리지질학적 인자에 관해 고찰하였다.
1) 강우사상에 따른 숨골로의 빗물 유입 특성을 2차례 분석한 결과, 강우 발생 후 빗물이 숨골로 유입되기 시작한 시간은 토지이용형태(농경지, 목장지대, 잡목지)에 따라 달랐으며, 농경지가 가장 빠른 반응을 보인 반면 잡목지에서는 지표유출을 통한 숨골 빗물 유입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2) 조수리와 금악리 숨골 지역에서 발생된 지표유출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강우인자는 강우 지속시간, 누적 강우량, 유출발생 유효누적강우량 보다 강우강도인 것으로 해석된다.
3) 조수리 및 금악리 숨골을 대상으로 빗물 숨골 유입량을 수문학적 물수지법과 SWAT-K모델에 의해 산정된 이전 직접 유출률 자료를 적용하여 추정하였으나, 현장에서 관찰된 빗물 숨골 유입 지체시간을 반영하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4) 숨골의 빗물 유입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수리지질학적 인자로 강우강도, 토양특성, 용암류의 풍화, 토지이용을 제시했으나, 각 인자별 영향 정도를 정량화하기 위한 한계점이 존재했으며, 향후 연구대상 숨골 수의 확대와 실시간 자동 모니터링 시스템이 갖추어진 후속 연구가 요구된다.
본 연구는 제주연구원 제주지하수연구센터의 ‘제주도 숨골 실태조사를 위한 기초연구’ 과제로 수행되었습니다.
2024; 29(4): 21-31
Published on Aug 30, 2024
Jeju National University, Dept. Earth and Marine Science, Jeju City 63243, Republic of Korea